소형전기차 첫 주행 후기: 실수와 교훈
소형전기차의 첫 인상은 설렘보다 두려움이었다
나는 친구의 추천으로 소형 전기차를 중고로 구매하게 되었다.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으로 연료비 부담도 없다는 이야기에, 연습용으로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운전석에 앉고 시동을 걸었을 때, 예상하지 못한 불안감이 몰려왔다. 소리가 전혀 없었고, 계기판에는 기름이 아닌 ‘배터리 잔량’만이 표시되었다.
이 차는 내가 그동안 배운 운전 방식과는 전혀 다른 완전히 새로운 기계였다.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를 타면 금방 적응된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처음 도로에 나선 그날, 나는 여러 가지 작은 실수들과 당황스러운 순간들을 겪었고, 그 경험이 오히려 전기차의 특징을 몸으로 배우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이 글은 전기차를 처음 운전하며 겪은 실수와 느낀 교훈을 정리한 기록이다.
누군가에게는 전기차를 선택할지 말지 고민할 때 실질적인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소형전기차 주행의 순간들: 익숙함 속 낯섦
내가 선택한 차량은 소형 전기차로, 르노 트위지보다는 조금 크고, 일반 경차보다는 조금 작은 모델이었다.
시동을 켜는 순간,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아 당황했다. "이게 켜진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숙성이 지나치게 높았다.
기어도 일반 차량처럼 기어봉이 아닌 ‘버튼식’이었고, D(주행), R(후진), N(중립), P(주차)를 누르는 방식이었다.
나는 처음으로 D를 눌렀고, 조심스럽게 엑셀을 밟았다. 그런데 차량이 너무 부드럽게 움직여서 내 몸이 반응을 못 따라갔다.도로에 나와서 가장 먼저 느낀 건 차량이 지나치게 빠르게 반응한다는 점이었다.
엑셀을 살짝만 밟아도 곧바로 반응했기 때문에, 마치 내가 차량을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차가 나를 끌고 가는’ 느낌이 들었다.
초반에는 오른발의 움직임에 상당히 신경을 써야 했다. 특히 신호 대기 후 출발할 때, 가속이 갑자기 되는 느낌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기존 내연기관 차량처럼 ‘기어가 바뀌며 꿀렁이는 느낌’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 부드러움이 낯설고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회생제동도 처음에는 적응이 되지 않았다.
엑셀에서 발을 떼자마자 브레이크를 밟은 것처럼 차량이 급감속됐다.
이게 처음엔 너무 어색해서, 뒤에 오는 차량과 간격을 계산하는 데 큰 혼란을 겪었다.
처음엔 브레이크 고장 난 줄 알고 진짜로 당황했을 정도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엑셀을 덜 밟으면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일 수 있겠구나”라는 감각이 생기기 시작했다.
실수의 연속이었던 소형전기차 첫 주행: 충전도, 주차도, 소리도 문제였다
첫 번째 실수는 바로 충전 잔량을 확인하지 않은 것이었다.
배터리 40%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히터를 켜고 짧은 거리의 언덕길을 오르다 보니 생각보다 빠르게 배터리가 소모됐다.
심지어 네비게이션을 켜고 있었고, 블루투스로 음악까지 연결해 둔 상태였다.
모든 게 전기로 돌아가는 전기차의 특성상, 이런 부가 기능들이 주행 거리 감소에 꽤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결국 주행 중 배터리가 12%까지 떨어졌고, 근처 충전소를 급히 검색해 겨우 충전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실수는 소리 문제였다.
전기차는 워낙 조용해서 도보 보행자나 자전거가 차가 오는 줄 몰랐다.
특히 골목길에서 한 할머니가 내 차량이 바로 뒤에 있는 줄 모르고 걷고 계셨다.
경적을 누르기도 애매한 상황이었고, 조용히 천천히 따라가다가 결국 창문을 열고 “죄송합니다”라고 말씀드려야 했다.
그때 “전기차는 진짜 조용해서 위험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후로는 저속 주행 시 가상 엔진 사운드 기능을 꼭 켜두는 습관이 생겼다.
세 번째 실수는 주차였다.
소형 차량이라서 쉽게 주차할 수 있을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는데, 버튼식 기어 전환에 아직 익숙하지 않아 D와 R을 헷갈리는 상황이 생겼다.
후진하다가 앞차 쪽으로 조금 튀어나가서 경고음을 들었고, 다행히 접촉 사고는 없었지만 내 땀은 식지 않았다.
주차 브레이크 작동 방식도 다르고, ‘P’ 버튼을 눌렀다고 해서 바로 차가 고정되는 게 아니라는 점도 처음 알았다.
전기차는 브레이크를 떼도 차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P 기어 +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를 제대로 설정해야만 차량이 안전하게 멈춰있는 상태가 된다.
전기차는 ‘공부하고 타야 하는 차’다
첫 주행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 나는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다는 걸 느꼈다.
그날 나는 단 한 번도 과속하지 않았고, 급정거도 하지 않았으며, 비교적 짧은 거리만 이동했지만 정신적으로는 굉장히 피로했다.
왜일까?
전기차는 조용하고 부드럽고 친환경적이지만, 운전자에게 ‘새로운 기준’을 요구하는 차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기름 안 넣는 차’가 아니라, 운전자의 습관과 방식까지 바꿔야 하는 ‘학습형 차량’이다.
전기차를 타기 전에 단순히 시동을 거는 법만 알아서는 안 된다.
회생제동, 주행 모드 설정, 충전 습관, 공조장치 사용법, 기어 전환 방식, 소리 알림 설정 등
하나하나 사전에 학습하고 이해하지 않으면 실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첫 주행이 끝난 이후, 나는 이 차량이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 부드러움과 정숙성, 조작의 직관성, 연료비의 저렴함은 한 번 적응하고 나면 내연기관차로 돌아가기 힘들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실수를 통해 배운 내용들이 곧 나의 경험이 되고 자산이 되었다.
앞으로 전기차를 처음 타려는 사람에게 나는 말하고 싶다.
처음은 당연히 어렵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반드시 미리 공부하고, 시뮬레이션하고, 체크리스트를 작성한 뒤 도전해보라.